라즈베리파이로 서버를 돌리다보니 성능 한계가 느껴졌다. 특히 암호화 관련된 부분에서 CPU 성능으로 인해 병목 현상이 심했다. 그래서 라즈베리파이 대신 저전력 미니 컴퓨터로 교체하는 것을 예전부터 계획했다.

인터넷에서 미니 PC 중에 적당한 성능과 저전력인 제품을 물색한 결과 J4125 CPU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내게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쿼드 코어 셀러론 저전력 CPU이면서 AES-NI 명령을 지원하기 때문에 암호화 부분에서 라즈베리파이보다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하고 멀티코어 활용이 가능하니 매우 적절했다.

J4125를 채용한 미니 PC 중에서 전력 소모, 부품 수급, 소음을 주요 조건으로 고른 결과 MeLE사의 Quieter2Q를 구매하게 되었다.

제품 포장 외관

미니 PC라 그런지 매우 가벼웠다. 포장을 포함해도 500g을 조금 넘기는 정도이다.

상세 스펙

J4125가 들어간 미니 PC들은 대부분 Windows가 기본 포함인 것 같다. 다만 나는 서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

램은 8GB LPDDR4가 탑재되어 있다. 이 제품은 4GB + 4GB 듀얼채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메모리 대역폭이 단일 모듈인 경우보다 2배 크다.

eMMC 128GB가 기본 저장장치로 탑재되어 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벤치마크를 보면 성능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대신 M.2 NVMe 2280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극복 가능하다. 파일을 읽고 쓰는 작업이 많지 않은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더넷은 리얼텍 칩셋으로 최대 1Gbps를 지원한다. 무선 네트워크로 WiFi 5와 블루투스 5.2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안테나가 내장되어 있는 제품이고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제품 외관

제품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앞에서 보면 전원버튼 하나만 존재한다. 팬리스이기 때문에 두께도 작아서 공간 활용 면에서 우수하다. 대신 발열 해소가 어렵게 다른 물건을 겹쳐둔다면 스로틀링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

제품 외관 후면

후면에는 IO 포트가 몰려있다.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 전원 포트, HDMI 2개, MicroSD 포트, 3.5mm 오디오 포트, USB 3.0 포트가 있다. 그리고 중앙에 BIOS 리셋 핀홀이 있는데 정확한 사용방법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 제품의 특이한 점은 전원 포트가 USB-C 타입인데 독자 규격으로 12V를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충전기는 호환되지 않는다.

우측면

우측에는 USB 3.0 포트가 3개나 있으므로 외부 장치를 연결하기 좋다. 좌측에는 켄싱턴 락 홀 하나만 존재한다.

하면 덮개 오픈

하면 네 귀퉁이의 나사를 풀면 덮개를 열 수 있다. 상단 WiFi 칩셋 우측에 NVMe SSD를 장착할 수 있는 M.2 포트가 있다.

samsung 980 NVMe SSD 장착

유의해야 할 점은 J4125 CPU는 PCIe 버전이 2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에도 PCIe 레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M.2 포트는 2레인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PCIe 2버전 2레인의 이론 상 최대 대역폭은 1GB/s인데 반해 samsung 980은 PCIe 3.0을 지원하고 제조사가 공시한 읽기, 쓰기 속도는 3GB/s 정도이므로 이 미니 PC에서는 980의 최대 성능을 뽑아내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M.2 2280 NVMe 제품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1GB/s 이상의 속도를 내므로 어떤 제품을 연결해도 1GB/s 이하로 성능이 제한될 것이다.

오버스펙이긴 하지만 나는 제품 신뢰성과 가격을 모두 고려한 결과 980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어서 이렇게 구성했다.

idle 상태에서 최저 1.5W 소비

전력 소모는 정말 경이로운 수치였다. idle 상태에서 1.5 ~ 2.2W 정도의 전력 소모를 보여주었다. 내가 이전에 사용하던 라즈베리파이는 idle 상태에서도 4W를 소비했는데 그에 비하면 매우 낮았다. 참고로 서버로 사용하기 위한 전원과 이더넷만 연결하고 리눅스로 부팅한 환경에서 측정하였다.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연결하고 측정했을 때는 2 ~ 4W 정도 더 소비했었는데 그 때는 윈도우로 부팅했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

만약 풀로드가 걸린다면 BIOS에 있던 CPU 설정대로 약 15W에서 조금 더 먹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따로 테스트해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정 조건에서 부팅을 하면 이더넷 연결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모니터와 네트워크 장비에 물려보면서 전수조사를 한 결과, KVM 스위치나 특정 모니터와 연결하고 ipTIME H6005mini 네트워크 스위치에 연결하면 인식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KVM 스위치와 특정 모니터의 전기적인 노이즈가 심한데 이 노이즈가 이더넷 케이블을 타고 네트워크 스위치까지 넘어가서 초기 협상 단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이즈에 취약한 네트워크 스위치와 노이즈가 다른 장치까지 영향을 미치는 미니 PC, 노이즈가 발생하는 모니터와 KVM 스위치의 환상의 콜라보가 이런 난해한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 물론 돈을 더 투자하여 좋은 제품을 사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가성비를 우선으로 찾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